“담당자님, 입금 확인 부탁드립니다.” 너무 순하게 쓰면 또 밀릴 것 같고, 세게 쓰자니 다음 거래가 걸립니다.
답장은 더 애매합니다. “네, 확인 중입니다.”
돈을 기다리는 쪽은 달력을 봅니다. 돈을 보내는 쪽은 무언가 확인하고 있습니다. 대체 무엇을 확인하는 걸까요?
같은 연체인데, 설명은 달랐습니다
영국 정부가 2024년 기업 300곳을 조사했습니다. 그중 기업 고객이 있는 274곳에 업계에서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18%는 일부러 늦게 주면서 그 돈을 쓰려는 것을 꼽았습니다.
반면 자기 회사가 늦게 준 이유를 묻자, 같은 이유를 댄 응답은 1%였습니다. 이 문항의 응답 기업은 138곳입니다.
업계 이야기와 자기 회사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일부러 늦게 주면서 자금을 쓰려는 것
기업 고객이 있는 274곳일부러 늦게 준다고 답함
이 문항의 응답 기업 138곳남 얘기와 내 얘기가 달라 보이는 대목입니다. 다만 질문과 응답 집단이 달라, 같은 기업이 말을 뒤집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영국 기업 전체를 대표하도록 구성한 표본도 아니고요.
돈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일부러 미루나?” 싶은데, 상대는 “사정이 있다”고 합니다. 속마음을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지금 어디에서 멈췄는지는 물어볼 수 있습니다.
돈이 막힌 곳은 통장 앞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자기 회사의 지급 지연 이유를 답한 138곳은 어떤 사정을 댔을까요? 행정 오류, 청구 내역에 대한 이견, 청구서 분실·전달 실패 같은 문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에는 청구서가 재무 담당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서 등록되지 않는 상황도 나옵니다. 품목 코드가 맞지 않거나 정해진 지급 처리를 놓친 경우도 있고요.
자기 회사가 늦게 준 이유로 꼽은 항목
보낸 쪽에서는 “청구했는데 안 준다”입니다. 받는 회사 안에서는 아직 지급할 청구서로 잡히지도 않았을 수 있습니다. 돈이 늦었다는 결과는 하나인데, 막힌 곳은 여러 군데인 셈입니다.
1. 청구서가 지급 담당자에게 접수됐나요?
작은 디자인 회사가 거래처에 300만 원을 받아야 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아래는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청구서는 거래를 진행한 마케팅 담당자에게 보냈고, 실제 입금은 재무팀이 합니다.
“입금 확인 부탁드립니다”를 세 번째 보내려던 참이라면, 이번에는 이렇게 물어보세요.
보냈다 ≠ 지급팀에 접수됐다
청구서 발송
메일 수신
접수 여부를 확인할 곳
내가 보냈다는 기록과 지급 담당자가 받았다는 기록은 다릅니다. “전달한 줄 알았는데 빠졌네요”라는 답이라면, 독촉을 더 세게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청구서를 보낼 곳부터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2. 금액이나 작업 내용에 걸리는 부분이 있나요?
접수는 됐는데 지급이 멈췄다면 청구 내용에 이견이 있는지 묻습니다. 같은 디자인 거래에서 상대는 추가 수정이 원래 비용에 포함됐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별도 비용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전체 금액보다, 걸리는 항목을 묻습니다
어느 항목을, 왜 다르게 이해했는지 묻기
300만 원 전체가 문제인지, 그 안의 특정 항목이 문제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언제 주시나요?”만 반복하면 어느 금액에서 생각이 다른지 이야기할 기회를 놓칩니다.
3. 그 부분을 풀면, 언제 입금되나요?
누락된 자료를 보냈다고 “이제 됐겠지” 하고 끝내지는 마세요. 서류가 도착한 것과 입금일이 정해진 것은 다른 일입니다.
회신받을 날과 입금받을 날은 다릅니다
- 완료청구서 재전달
재무팀 접수까지 확인
- 회신 약속15일까지 일정 안내
입금일을 알려주기로 한 날
- 아직 미정실제 입금일
답변을 받아 따로 기록
상대가 당장 날짜를 정하지 못한다면, 누가 언제까지 일정을 확인해 줄지 남깁니다. ‘확인 중’에 다음 확인 시점을 붙이는 것입니다. 일정을 알려주기로 한 날을 입금 약속일로 적지는 마세요.
미수금 목록에 ‘마지막 답장’을 한 칸 더 적어보세요
거래처 이름과 못 받은 금액만 적혀 있으면 다음에 연락할 때도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어디에서 멈췄는지, 상대가 무엇을 해주기로 했는지를 붙여보세요.
처음 가상 사례처럼 청구서 전달 누락이 확인된 건은 이렇게 적을 수 있습니다.
다음 연락을 이어주는 미수금 기록
- 받을 돈
- 디자인 작업대금 300만 원
- 확인된 지연 사유
- 재무팀에 청구서 전달 누락
- 이번에 한 일
- 재무팀에 재전달하고 접수 확인
- 다음 답변 약속
- 재무팀 담당자가 15일까지 입금 일정 회신
- 아직 모르는 것
- 실제 입금일
입금일이 아직 미정이라는 사실도 정보입니다. “곧 들어오겠지”라는 기대와 확인된 약속을 구분하면, 다음 연락에서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선명해집니다.
답을 들었다고, 돈을 받은 건 아닙니다
질문 세 개로 모든 미수금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상대에게 돈이 부족할 수도 있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답변을 피하거나 일정을 계속 어긴다면 그 사실도 기록하고 대응을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미수금 관리는 상대의 사정을 끝없이 들어주는 일이 아닙니다. 막힌 이유, 다음 약속, 실제 이행 여부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확인 중’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후속 확인
다음 연락에서는 “확인 부탁드립니다” 뒤에 질문 하나를 더 붙여보세요. “지금 어느 단계까지 처리됐을까요?”
출처
이 글의 조사에 참고한 공개 자료입니다.
- 영국 기업의 지급 관행과 지급 지연 원인 조사 (2024)영국 기업통상부·IFF Research · 조사: 2024.1.3~31, 영국 기업 300곳 전화 인터뷰. p.17~18 표본 한계, p.28 문항 B12(n=274), p.35~36 문항 C6(n=138). 중·대기업을 더 포함한 표본이며 가중치 미적용. 한국 기업의 통계가 아닙니다.
- B2B 결제 경험에 관한 Upflow 글Upflow · 소재 발견 경로. 수치는 이 글의 재인용 대신 연결된 영국 정부 원보고서에서 확인했습니다.
